1형 당뇨 + 보디빌딩 | 개인 경험 + 의학적 분석
커팅을 시작하면서 이상한 일이 반복됐다. 식단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다. 탄수화물 양도 계산했고, 칼로리 적자도 유지했다. 그런데 체중계 숫자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다. 어떤 날은 오히려 올라가 있었다.
처음엔 근육이 붙어서 그런가 싶었다. 하지만 거울을 보면 선명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부어 보였다. 뭔가 계산이 맞지 않았다.
원인을 찾다 보니 하나의 패턴이 보였다. 체중이 오른 날의 공통점은 항상 저혈당이 왔던 날이었다. 저혈당이 오면 주스나 포도당 캔디를 먹었고, 그게 혈당을 250까지 치솟게 만들었고, 다음 날 아침 체중이 올라있었다.
직관적으로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고혈당이 살을 찌우는 것 아닌가? 당이 넘쳐나면 지방으로 쌓이는 것 아닌가? 파고들수록 내가 완전히 반대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1. 저혈당 대처 식품이 가장 큰 주범이다
계획에 없던 칼로리가 쌓인다
커팅 중 하루 칼로리 목표가 1,800kcal라고 하자. 식단을 정확하게 지켜 1,800을 맞췄다. 그런데 자기 전에 저혈당이 왔다. 주스 한 팩(90kcal), 포도당 캔디 3개(60kcal). 150kcal가 추가됐다.
이게 하루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혈당이 자주 오는 날에는 두 번, 세 번 대처를 하기도 한다. 운동 중에 오면 운동 강도를 낮추고 먹어야 한다. 이렇게 매일 100~300kcal가 계획 밖으로 들어온다. 일주일이면 700~2,100kcal다. 체지방 0.2~0.6kg에 해당하는 열량이다.
철저하게 식단을 지켰는데 살이 안 빠진다고 느끼는 1형 당뇨인의 상당수는 이 저혈당 대처 칼로리를 간과하고 있다.
저혈당 대처로 먹은 것이 체지방으로 직행하는 이유
저혈당 대처 식품이 문제인 이유는 칼로리만이 아니다. 그것이 들어가는 타이밍과 상태가 더 문제다.
저혈당 상태에서 단순당을 급하게 먹으면 혈당이 수직 상승한다. 50에서 250까지 급등하는 것이 이 상황이다. 이 급격한 혈당 상승에 반응해 몸은 강한 동화 작용을 일으킨다. 들어온 에너지를 근육이나 활동에 사용하기보다 비상사태 이후의 회복을 위해 체지방으로 저장하려 한다.
평소 식사 후의 완만한 혈당 상승과는 다르다. 50에서 250으로 치솟는 급격한 변동 자체가 몸을 지방 저장 모드로 강하게 밀어 넣는다.
2. 인슐린은 지방을 저장하는 호르몬이다
저혈당이 자주 온다는 것의 의미
저혈당이 자주 온다는 것은 내 몸에 필요 이상의 인슐린이 돌고 있다는 뜻이다. 1형 당뇨에서 저혈당의 원인은 대부분 인슐린 과다 주사, 예측 오류, 또는 인슐린 겹치기(Insulin Stacking)다.
인슐린이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인슐린의 또 다른 이름이 '지방 합성 호르몬'이라는 것은 잘 모른다.
인슐린이 높으면 지방이 타지 않는다
혈중 인슐린 농도가 높게 유지되면 몸은 체지방을 태우는 시스템을 완전히 꺼버린다. 생리학적으로 지방 분해(지방산 방출)와 지방 합성은 동시에 일어날 수 없다. 인슐린이 있는 상태에서는 지방 분해 호르몬인 글루카곤과 성장호르몬의 작용이 억제된다.
아무리 고강도 웨이트를 하고, 유산소를 돌리고, 칼로리 적자를 만들어도 혈중 인슐린이 높은 상태에서는 체지방이 타지 않는다. 대신 근육과 글리코겐이 먼저 소모된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 살은 안 빠지고 힘만 없어지는 상태가 된다.
저혈당이 자주 오는 사람, 즉 인슐린이 과도하게 돌고 있는 사람이 커팅에서 고전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공복 상태와 인슐린
반대로 인슐린이 낮은 상태, 즉 식사 사이 공복 구간에서 몸은 지방을 꺼내 쓰기 시작한다. 간헐적 단식이 체지방 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이유도 이것이다. 공복이 길어질수록 인슐린이 낮아지고 지방 분해가 활성화된다.
1형 당뇨인은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입하기 때문에 이 원리가 더 중요하게 작동한다. 필요 이상으로 주사한 인슐린이 몸에 돌고 있는 한, 지방 분해는 멈춰 있다.
3. 고혈당일 때는 오히려 살이 빠진다
인슐린 부족 상태의 역설
이것이 처음 들었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다. 1형 당뇨 진단을 받기 직전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된다. 인슐린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혈당이 300, 400까지 치솟았고, 그 기간 동안 체중이 급격하게 빠졌다. 살이 녹아내리듯 빠진 경험은 1형 당뇨인이라면 대부분 기억한다.
왜 그럴까.
칼로리가 소변으로 새어나간다
혈당이 신장 문턱값(약 180mg/dL)을 넘어가면 세포가 포도당을 흡수하지 못하고 소변으로 배출된다. 먹은 칼로리가 흡수되지 않고 버려지는 것이다. 당뇨 진단 전에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찐다"거나 오히려 빠진다는 경험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근육과 지방이 강제로 분해된다
인슐린이 없으면 세포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세포 입장에서는 굶주린 상태다. 몸은 이 상황에서 근육 단백질과 체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체중이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좋은 상태가 아니다. 근육이 분해되고, 지방이 케톤체로 전환되면서 혈액이 산성화되는 당뇨병성 케토산증(DKA)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극단적인 고혈당이 살을 빠지게 만드는 건 사실이지만, 몸을 갉아먹으면서 빠지는 것이다.
커팅에서의 고혈당 vs 저혈당
커팅 중에 일시적으로 혈당이 160~180 정도로 올라가는 것과 저혈당이 오는 것을 비교하면 결론은 명확하다.
일시적 고혈당 구간에서는 교정 주사로 언제든 혈당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이 구간에서는 과도한 인슐린이 없기 때문에 체지방 분해가 멈추지 않는다. 반면 저혈당 구간에서는 과잉 인슐린이 지방 분해를 막고, 대처 식품이 칼로리를 추가하고, 급격한 혈당 변동이 지방 저장을 촉진한다.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한다.
4. 커팅에서 저혈당을 막는 것이 다이어트다
인슐린 전략의 전환
앞선 글에서 다룬 것처럼, 나는 인슐린 전략을 바꿨다. 예측 주사에서 보수적 주사 + 후 교정 방식으로.
식사 전에 예상량의 70~80%만 주사하고, 혈당이 160~180 정도로 올라가면 리브레를 확인하며 기다린다. 식후 3시간 이후에도 150 이하로 내려오지 않으면 0.5~1유닛을 추가 교정한다.
이 방식으로 바꾼 이후 저혈당 빈도가 극적으로 줄었다. 그리고 저혈당이 줄자 몇 가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났다.
저혈당 대처 식품을 먹는 빈도가 줄었다. 하루 100~300kcal가 자동으로 사라졌다. 리브레 그래프의 출렁임이 줄었다. 혈당이 잔잔하게 유지되는 구간이 늘었다. 그리고 인슐린이 과도하게 돌지 않는 시간이 늘면서 체지방 분해가 더 잘 일어나기 시작했다.
커팅 장부를 지키는 진짜 방법
1형 당뇨인의 커팅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고르라면 저혈당을 막는 것이다. 식단 계산도, 운동 루틴도, 단백질 섭취량도 중요하다. 하지만 저혈당이 자주 오는 상태에서는 그 모든 노력이 무색해진다.
고혈당은 내 근육과 혈관을 갉아먹는다. 저혈당은 내 몸에 체지방을 채운다.
둘 다 나쁘다. 그러나 커팅 관점에서 더 직접적으로 체지방을 늘리는 것은 저혈당이다.
5. 실전 체크리스트
저혈당이 자주 온다면 먼저 확인할 것들
인슐린 주사량이 실제 탄수화물 섭취량에 비해 과도하지 않은가. 운동 전후 인슐린 용량을 적절하게 줄이고 있는가. 야간 기저 인슐린 용량이 너무 많지는 않은가. 식후 인슐린 겹치기가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리브레 그래프에서 봐야 할 것들
하루 중 70~180mg/dL 사이에 머무는 비율(TIR)이 70% 이상인가. 그래프의 출렁임이 크지 않은가. 50 이하로 내려가는 구간이 있는가. 하루 중 저혈당 대처 식품을 먹은 횟수가 몇 번인가.
마무리 — 지방을 태우려면 인슐린을 낮춰야 한다
1형 당뇨인의 체지방 관리는 일반인과 다른 변수 하나를 가지고 있다. 인슐린을 외부에서 주입한다는 것이다.
이 변수가 지방 분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인슐린이 과도하게 돌고 있는 한 지방은 타지 않는다. 저혈당을 막고, 인슐린 용량을 최적화하고, 혈당을 잔잔하게 유지하는 것이 1형 당뇨인의 커팅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고혈당이 살을 찌운다는 직관이 틀렸다. 저혈당이 찌운다. 이 하나를 이해하면 1형 당뇨 커팅의 전략이 완전히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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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형 당뇨 다이어트, 고혈당보다 저혈당이 더 무서운 이유
🏋️ 열심히 커팅하는데 살이 안 빠진다면, 저혈당 의심해보세요. 1형 당뇨인으로 커팅하면서 이상한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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