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혈당을 낮춘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전부 맞는 말도 아니다. 내가 CGM을 차고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이 바로 이거였다. 운동의 종류에 따라 혈당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고중량 스쿼트 세션을 했을 때 내 CGM 그래프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그 데이터를 보고 내가 무엇을 바꿨는지를 기록해본다.

운동 전 — 혈당 추세 확인이 먼저다
헬스장에 들어가기 전, 나는 반드시 CGM 앱을 열어 두 가지를 확인한다.
현재 혈당 수치와 추세 화살표다.
숫자만 보면 안 된다. 혈당이 110mg/dL이라도 화살표가 아래를 향하고 있으면 운동 중 저혈당이 올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140mg/dL이어도 화살표가 수평이거나 위를 향하면 고중량 세션에서는 오히려 더 올라갈 수 있다.
내 경우 고중량 스쿼트 세션 전 이상적인 혈당은 120~140mg/dL, 추세 수평 또는 완만한 상승이다. 이 범위에서 시작해야 세션 중 저혈당 없이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는 걸 데이터로 확인하는 데 꽤 오래 걸렸다.
물론 이건 철저히 내 몸 기준이다. 같은 1형 당뇨라도 인슐린 감수성, 기초 인슐린 용량, 체중, 훈련 수준에 따라 전혀 다른 패턴이 나올 수 있다.
세션 중 — 혈당이 오히려 올라갔다
처음 스쿼트 100kg 세션을 했던 날의 그래프가 아직도 기억난다.
운동 시작 전 혈당은 125mg/dL. 워밍업을 마치고 본 세트를 시작하자 혈당이 슬금슬금 올라가기 시작했다. 3세트쯤 됐을 때 CGM을 보니 165mg/dL. 5세트를 마쳤을 때는 180mg/dL을 넘어 있었다.
저혈당이 올 줄 알고 긴장했는데 오히려 반대였다.
이유는 스트레스 호르몬 때문이다. 고중량 운동을 하면 몸은 강한 스트레스 상황으로 인식하고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들이 간에 신호를 보내 저장된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분해해 혈액으로 내보낸다. 인슐린이 없는 상태에서 포도당이 쏟아지니 혈당이 오를 수밖에 없다.
유산소 운동이 혈당을 낮추는 것과 정반대의 메커니즘이다.
이걸 모르던 시절에는 운동 중 혈당이 오르면 겁이 나서 인슐린을 추가로 맞았다. 그러면 운동이 끝나고 한두 시간 뒤에 혈당이 뚝 떨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위험한 패턴이었다.
세션 후 — 진짜 문제는 4~6시간 뒤에 온다
고중량 세션이 끝나고 나면 혈당은 서서히 내려온다. 운동으로 소모된 근육 글리코겐을 채우기 위해 인슐린 감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지연성 저혈당이다.
저녁 7시에 운동을 마치면 자정에서 새벽 2시 사이에 혈당이 갑자기 떨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잠든 상태에서 저혈당이 오면 모른다. 새벽에 식은땀을 흘리며 깨거나, 심하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완전히 방전된 느낌이 든다.
내가 찾은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운동 당일 저녁 기초 인슐린 용량을 평소보다 줄인다. 얼마나 줄일지는 그날 세션의 강도와 내 CGM 추세를 보고 판단한다. 둘째, 취침 전 혈당이 120mg/dL 이하라면 천천히 흡수되는 탄수화물을 소량 먹고 잔다. 귀리나 통밀 크래커 같은 것들이다.
이것도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이건 내 패턴이고 내 해결책이다. 인슐린 용량을 조정하는 것은 반드시 본인의 주치의와 상의하면서 데이터를 쌓아가야 한다.
결국 데이터가 전부다
고중량 운동이 혈당을 올린다는 걸 알고 나서 내 훈련 방식이 바뀌었다.
스트렝스 세션으로 시작해 혈당을 어느 정도 올려놓은 뒤, 이후 근비대 세션으로 전환하는 루틴이 내게는 혈당 안정성 측면에서 훨씬 유리했다. 세션 초반 저혈당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후반부 볼륨 트레이닝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었다.
CGM이 없었다면 이 패턴을 절대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감각만으로는 혈당이 오르는지 내리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숫자와 그래프가 있어야 내 몸을 이해할 수 있다.
1형 당뇨를 가진 채로 운동한다는 건 변수가 하나 더 있다는 뜻이지, 운동을 못 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 변수를 기록하고 이해하면, 오히려 자기 몸에 대해 일반인보다 훨씬 정밀하게 파악하게 된다.
그게 지금 내가 이 기록을 이어가는 이유다.
다음 글: 근비대를 원하는 1형 당뇨인의 탄수화물 전략 — 얼마나, 언제, 어떤 종류로
근비대를 원하는 1형 당뇨인의 탄수화물 전략 — 얼마나, 언제, 어떤 종류로
보디빌딩을 공부하다 보면 탄수화물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근육을 키우려면 탄수화물이 필요하다. 글리코겐을 채워야 훈련 강도가 올라가고, 인슐린이 분비돼야 단백질 합성이 극대화된다.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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