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근육

1형 당뇨인이 보디빌딩을 시작했다 — 인슐린은 저주가 아니었다

잠도둑 2026. 3. 1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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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에서 무거운 바벨을 잡고 있으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췌장이 망가진 사람이 근육을 키운다는 게 말이 되나?"

1형 당뇨 진단을 받은 날부터 나는 내 몸이 '관리 대상'이라고만 생각했다. 혈당을 올리지 말 것, 저혈당이 오지 않도록 할 것, 무리하지 말 것. 의사도, 주변도, 심지어 나 자신도 그렇게 세뇌했다.

그런데 웨이트를 시작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다.

인슐린은 보디빌딩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아나볼릭(동화) 호르몬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다. 저주가 아니라, 어쩌면 변수를 직접 다룰 수 있는 조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블로그는 그 실험의 기록이다.

 


1형 당뇨와 보디빌딩 — 왜 이 조합이 어렵다고 여겨지는가

일반인에게 근육을 키우는 공식은 단순하다. 많이 먹고, 열심히 들고, 잘 자면 된다.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면 췌장이 알아서 인슐린을 분비하고, 그 인슐린이 포도당을 근육 세포 안으로 밀어 넣어 글리코겐으로 저장한다. 운동 후 단백질과 함께라면 근육 합성까지 극대화된다.

1형 당뇨인은 이 과정에서 췌장이 빠진다. 인슐린이 자동으로 나오지 않는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는다는 것은 혈당이 치솟는다는 뜻이고, 그걸 막으려면 인슐린을 직접 주사해야 한다. 용량이 조금만 많아도 저혈당, 조금만 적어도 고혈당. 그 사이의 줄타기가 운동 중에도, 운동 후에도 계속된다.

실제로 내가 처음 스쿼트를 100kg 넘어서 하던 날, 세트 사이에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는 걸 CGM(연속혈당측정기)으로 봤다. 고중량 운동 중에는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분비되면서 간에서 포도당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산소 위주의 가벼운 세션을 하고 나면 혈당이 바닥을 치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 '운동'인데 혈당 반응이 정반대로 나타났다. 이걸 이해하는 것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었다.


인슐린을 '조절 가능한 변수'로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

전환점은 CGM 데이터를 기록하기 시작하면서였다.

운동 30분 전 혈당 추세를 확인하고, 세트 사이에 혈당 방향을 체크하고, 운동 후 4~6시간 뒤 지연성 저혈당 패턴을 파악하는 것. 처음에는 번거로웠지만 데이터가 쌓이면서 내 몸만의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내 경우, 고중량 스트렝스 세션 후에는 혈당이 한동안 높게 유지되다가 수면 중에 뚝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걸 모르고 취침 전 기초 인슐린을 평소대로 맞으면 새벽에 저혈당이 왔다. 알고 나서부터는 그날 저녁 용량을 조정하게 됐다.

이건 처방이 아니다. 내 몸에서 일어난 일을 기록한 것이고, 독자 각자의 패턴은 반드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바이오 피드백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그게 보디빌딩과 결합될 때 어떤 가능성이 열리는지를 이 블로그에서 계속 풀어갈 생각이다.


앞으로 이 블로그에서 다룰 것들

이번 글은 시작점이다. 앞으로는 아래 주제들을 하나씩 깊이 있게 다룰 예정이다.

운동 강도별 혈당 반응 데이터, 근비대를 위한 탄수화물 타이밍 전략, 단백질 보충제와 혈당의 관계, 그리고 저혈당이 훈련 중간에 왔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까지.

1형 당뇨를 가진 채로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검색해봤을 질문들에 내 경험으로 답해보려고 한다.

완벽한 가이드가 아니어도 괜찮다. 같은 상황에 있는 누군가에게 "나도 이런 방식으로 해봤다" 는 말 한마디가 될 수 있으면 충분하다.


다음 글: 스쿼트 100kg를 들 때 내 CGM 그래프는 어떻게 변했나 — 고중량 운동과 혈당의 관계

 

스쿼트 100kg를 들 때 내 혈당 그래프는 어떻게 변했나 — 고중량 운동과 혈당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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