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근육

1년간 근육 1kg — 내 분할이 틀렸던 이유와 정크 볼륨의 진실 (40대 내추럴 빌더의 고백)

잠도둑 2026. 7. 3. 15:47
반응형
SMALL

헬스장을 다닌 지 꽤 됐다. 성실하게 다녔다. 빠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1년이 지나고 나서 체성분 검사 결과를 보니 근육량이 딱 1kg 늘어 있었다.

1년에 1kg. 이게 내 2분할, 3분할의 성적표였다.

이 글은 그 실패를 복기하고, 최신 근비대 과학이 뭐라고 하는지 정리하고, 지금 한 달째 해보고 있는 4분할에서 또 마주친 새로운 고민을 기록하는 글이다.

 

 


1년에 근육 1kg — 2·3분할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처음엔 2분할이 맞다고 생각했다. 논문이나 유튜브 어디를 봐도 "상체/하체 2분할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이라고 했다. 그래서 열심히 했다.

근데 막상 해보니까 이상했다. 상체 날에 가슴, 등, 어깨, 팔을 다 때려야 했다. 가슴 프레스 2종목만 했는데 삼두가 이미 절반은 나가 있는 상태에서 숄더 프레스를 해야 했다. 등 운동도 마찬가지였다. 전반부에 에너지를 다 써버리니까 후반부 종목들은 사실상 껍데기 운동이었다.

이게 느낌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설명이 된다.

세션당 볼륨과 근비대의 용량반응관계를 보면 6~9세트부터 평원이 나타난다. 즉 세션당 6~9세트 이상부터는 추가 세트의 비대 효과가 급격히 줄어든다. 비대 그래프는 수확체감을 따르며 점차 이익이 감소하는 반면, 피로 그래프는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한다.

2분할 상체 날에는 이 세션 볼륨 한계를 가슴에서 이미 초과해버리고 등, 어깨, 팔로 넘어가는 구조였다. 가슴이 제대로 털리기도 전에 등으로 넘어가고, 등이 채 달궈지기도 전에 어깨로 넘어갔다. 부위별로 역치에 도달하기 전에 다음 부위로 강제 이동하는 구조였던 것이다.

문제는 또 있었다. 점진적 과부하를 추적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오늘 벤치프레스 중량이 안 올라간 게 가슴 근육이 성장을 멈춘 건지, 앞에서 어깨가 털려서 힘이 없는 건지 구분이 안 됐다. 피로가 누적되는데 원인 분석이 안 되니 정체기가 와도 뭘 바꿔야 할지 몰랐다.

결과는 1년에 1kg이었다.


4분할로 바꿨다 — 그런데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2·3분할에 실망해서 한 달 전부터 4분할로 바꿨다. 하루에 한 부위씩 집중 타격하는 방식이다.

처음엔 확실히 달랐다. 가슴 날에 가슴만 했더니 마지막 종목까지 집중도가 살아있었다. 역치를 넘기는 느낌, 그 부위가 완전히 털리는 감각이 생겼다.

그런데 어느 날 가슴 운동을 하다가 이상한 걸 느꼈다.

스미스 벤치프레스를 7세트, 덤벨 인클라인 프레스를 6세트 — 앞의 두 종목에서만 13세트를 쳤다. 그리고 3번째 종목부터 힘이 급격히 빠지기 시작했다. 4번째, 5번째 종목은 솔직히 중량을 제대로 통제하는 느낌이 없었다. 그냥 횟수 채우는 느낌이었다.

'이거 정크 볼륨 아닌가?'

이 의문이 들었다.


정크 볼륨의 정체 — 세트 수의 문제가 아니라 '유효 세트'의 문제다

정크 볼륨이라는 말은 헬스 커뮤니티에서 자주 들리지만, 막상 정확하게 설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트 수가 누적될수록 추가 피로 대비 추가 이익 비율이 엄청나게 증가한다. 어느 시점부터는 피로가 비대 이익을 초과하며 비효율을 넘어 실제 손해를 만든다.

내가 가슴 날에 13세트를 치고 나서 3번째 종목이 힘이 빠진 건 의지력 부족이 아니었다. 생리학적으로 당연한 현상이었다. 앞의 두 종목에서 이미 세션 볼륨 한계를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핵심은 이거다. 세트 수가 많다고 근육이 더 많이 자라는 게 아니다. 매 세트가 '유효 세트'여야 한다.

유효 세트란 실패 지점 1~2회 전(RIR 1~2)까지 진짜 장력을 주는 세트다. 근비대 훈련의 성패는 얼마나 좋은 자극을, 얼마나 적은 비용(피로)으로 주느냐에 달려 있다. 힘이 빠진 채로 하는 12세트보다 싱싱한 상태에서 하는 6세트가 근비대 자극이 훨씬 강하다.


2분할 vs 4분할 — 진짜 차이는 '분할 수'가 아니다

나는 처음에 이 문제를 분할 수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2분할이 안 맞아서 4분할로 간 거고, 4분할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달 해보고 나서 깨달은 게 있다. 분할 수가 문제가 아니라 세션 볼륨과 빈도의 균형이 문제였다.

근비대 관련 연구들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당 부위별 5~10세트만 해도 주당 부위별 10~20세트를 했을 때의 70~80% 이상의 근비대를 이뤄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주당 총 세트 수라도 빈도를 나눠서 치는 게 한 번에 몰아치는 것보다 유리하다.

2분할의 실패: 하루에 너무 많은 부위를 몰아넣어서 각 부위별 유효 세트가 너무 적었다. 부위별 역치에 도달하기 전에 다음 부위로 이동하는 구조.

4분할의 함정: 한 부위를 하루에 집중해서 치니까 역치는 확실히 넘길 수 있다. 그런데 세트 수를 너무 많이 가져가면 앞 종목에서 세션 볼륨 한계를 이미 초과해버려서 뒤 종목이 정크 볼륨이 된다. 그리고 한 부위를 주 1회만 치는 저빈도 문제가 생긴다.


해결책 — 하이브리드 4분할

내가 지금 시도하고 있는 방향이다. 4분할의 집중도를 가져가되, 세션 볼륨을 과학적 한계선 안에 묶고, 남은 에너지로 협응근을 추가해서 빈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가슴 메인 날 (밀기) 가슴을 3종목, 10~12세트로 압축해서 싱싱할 때 확실하게 역치를 뚫는다. 여기서 이미 지쳐있는 어깨와 삼두에 각 6세트씩만 얹어서 주당 빈도를 자연스럽게 끌어올린다.

예시:

  1. 스미스 머신 벤치프레스 — 4세트
  2. 덤벨 인클라인 프레스 — 4세트
  3. 케이블 크로스오버 — 3세트
  4. 사이드 레터럴 레이즈 — 3세트 (어깨 추가)
  5. 케이블 로프 푸쉬다운 — 3세트 (삼두 추가)

이렇게 하면 가슴은 11세트 만에 확실하게 털고, 어깨와 삼두는 곁다리로 주 2회 빈도를 확보한다. 힘이 빠진 채로 가슴 5종목 하는 것보다 가슴 3종목을 제대로 치는 게 훨씬 낫다.

 

등 메인 날 (당기기) 컨벤셔널 데드리프트는 40대 관절 마진을 생각하면 과감하게 빼는 게 맞다. 척추 압박에 비해 광배근 신장성 수축 구간이 없어서 피로도만 높고 근비대 효율은 생각보다 낮다는 게 최신 근비대 코치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대신 이 구성을 쓴다:

  1. 체스트 서포티드 로우 (T바 또는 머신) — 4세트 (허리 부담 0%, 등 상부 두께)
  2. 랫 풀다운 — 4세트 (광배근 너비)
  3. 시티드 로우 — 4세트 (등 하부 마감)
  4. 덤벨 컬 — 3세트
  5. 해머 컬 — 3세트

등 12세트, 이두·전완 6~9세트로 당기기 전체를 압축하고 끝낸다.

 

하체 날 라잉 레그 컬로 햄스트링을 먼저 선피로시키고 스쿼트로 들어가는 구성이 40대 무릎 보호와 근비대 효율을 동시에 잡는다. 햄스트링을 먼저 펌핑시켜 놓으면 스쿼트 하강 시 십자인대를 잡아주는 자연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허벅지 앞판 신경계가 더 열린 상태로 스쿼트에 진입할 수 있다.

  1. 라잉 레그 컬 — 3세트 (선피로, 관절 준비)
  2. 스미스 머신 스쿼트 — 4세트 (발을 앞으로 빼는 해크 모션, 허리 부담 감소)
  3. 레그 프레스 — 4세트 (둔근·전체 하체)
  4. 레그 익스텐션 — 3세트 (앞판 마감)

어깨·팔 날 가슴·등 날에 협응근으로 지쳐서 제대로 못 했던 어깨 측·후면과 팔을 이날 주인공으로 올린다. 이두와 삼두는 길항근이라 묶어서 교대로 돌리는 컴파운드 세트를 쓰면 휴식 시간이 반으로 줄고 팔뚝 펌핑은 배가 된다.

  1. 리어델트 머신 — 4세트 (어깨 후면)
  2. 사이드 레터럴 레이즈 — 4세트 (어깨 측면)
  3. 케이블 푸쉬다운 + 덤벨 인클라인 컬 — 3세트씩 묶기 (삼두·이두 콤파운드 세트)
  4. 오버헤드 익스텐션 + 케이블 바이셉스 컬 — 3세트씩 묶기

근비대 과학이 말하는 진짜 핵심 3가지

복잡한 분할 논쟁을 걷어내고 과학이 합의한 핵심만 정리하면 세 가지다.

첫째, 세트 수보다 유효 세트 수가 중요하다. 자극을 최대화하고 피로는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모든 반복이 거의 동일한 품질로 수행되어야 하며, 후반부로 갈수록 기술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 힘이 빠진 채로 하는 세트는 카운트하지 않는 게 맞다.

둘째, 빈도가 볼륨만큼 중요하다. 같은 주당 볼륨이라도 한 번에 몰아치는 것보다 나눠서 치는 것이 근비대에 유리하다는 연구가 일관되게 나온다. 한 부위를 주 1회 20세트 치는 것보다 주 2회 10세트씩 치는 게 낫다. 4분할에서 협응근을 붙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셋째, 점진적 과부하가 모든 것보다 우선한다. 세트 수, 분할 형태, 종목 선택보다 중요한 게 하나 있다. 매주, 매달 중량이나 반복수가 올라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근육의 성장은 총 볼륨의 증가로 결정된다. 지금 내 가슴 벤치프레스 중량이 3달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면, 아무리 세트 수가 최적화되어 있어도 근육은 자라지 않는다.


40대 내추럴 빌더에게 하고 싶은 말

컨벤셔널 데드리프트를 못 하는 게 아니다. 안 하는 거다. 허리와 무릎에 가해지는 척추 압박이 40대 관절 마진에 비해 비용이 너무 크다. 그 에너지를 머신과 케이블에 쏟아서 타겟 근육만 정교하게 고립하는 게 같은 시간으로 더 나은 선택이다.

20대 헬린이처럼 바벨을 들고 싶은 낭만을 버리고 나서, 오히려 운동이 더 잘 되기 시작했다.

1년에 1kg가 실망스러웠던 건 열심히 안 해서가 아니었다. 구조가 잘못됐던 것이다. 2분할에서는 한 바구니에 너무 많은 부위를 담아서 각 부위별 유효 세트가 너무 적었고, 4분할로 바꿨더니 이번엔 세션 볼륨을 너무 욕심껏 가져가서 후반 종목이 정크 볼륨이 됐다.

정답은 단순하다. 싱싱할 때 핵심 종목 2~3개에서 제대로 털고, 남은 에너지로 협응근을 붙여서 빈도를 확보하고, 매달 중량 기록을 갱신해나가는 것.

분할 최적화는 그 다음이다.


이 글은 순수하게 제 개인 운동 경험과 최신 근비대 연구를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전문 트레이너의 1:1 상담과는 다르며, 개인 체형과 훈련 경력에 따라 최적 방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응형
LIST